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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연구원 방문취재기 (한겨레 오철우기자 기사 )

횡설수설/수암연구소 방문취재기
 
 

   지난 9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원장 황우석)을 방문 취재했습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연구부정 사건에 관한 1심 선고 공판이 19일로 예정돼 있었기에(선고 공판은 이후에 연기돼 어제인 26일 열렸다), 선고가 나기 전에 배경 취재를 위해 찾아갔습니다. 다행히 이 연구소에서 자문 역을 맡고 계신 현상환 충북대 교수께서 기꺼이 맞아주셨고, 그래서 그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여유 있게 긴 얘기를 나누며 취재했습니다. 당시에는 “황 박사는 논문 조작 사실을 전혀 몰랐고 그래서 희생양이다”라는 주장이 있었고, 이런 주장이 법정에서 여러 증언들에 의해 입증됐기에 무죄 선고도 기대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기에, 과학담당 기자로서 배경 취재를 촘촘히 해둘 필요를 느끼고 있었지요. 그래서 먼저 연락했고, 현 교수가 응락해 연구소를 방문하게 됐습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2층짜리 연구소는 아담했습니다. 영동고속도로에서 나와 한참을 운전하다가 긴가민가 하며 일러준 길을 찾아 따라가다보니, 언덕 위에 작은 저택이 있었지요. 겉모습은 저택 같았지만, 내부는 연구시설로 갖춰져 있었습니다. 깨끗했고 조용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응접실에 있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연구기관”이라는 등록증이었습니다.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연구기관이라는 등록증은, 이 연구소가 당장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하려고 하는 연구의 목표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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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소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나 보군요.>
 =복제고양이를 만들어 해외 언론에도 소개됐던 신태영 박사가 지난달부터 부원장으로 와 계시지요. 황우석 교수 제자로서 첫번째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지요.
 =복제개를 질환모델 동물로 만들고 있습니다. 당뇨병 질환모델 복제 강아지를 개발 중이지요. 의료시장에서 질환모델 동물로 유용하게 쓰일 겁니다. 당뇨병 질환 복제견은 최초입니다. 그동안 주로 설치류(실험쥐)를 이용했지만 수명이 짧아 질환의 경과과정을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복제견은 이런 한계를 해결해줄 겁니다. 우리는 개나 돼지를 이용해 질환모델 동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돼지 질환모델 동물은 경기도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지요.
 =개의 복제도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해외에서 6건의 의뢰를 받았습니다. 1마리 복제당 15만달러를 받고 있지요. 오스트레일리아 경주견의 복제개도 만들었고, 9·11테러 때 구조견인 트래커의 복제견도 만들었지요.
 
 <복제견 사업을 하시니, 수암연구소도 영리활동 가능한가요?>
 =수암은 교과부에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돼 있어 영리활동은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에이치바이온이라는 회사를 만들었지요. 그 회사의 CEO는 황우석 교수이고 황 교수가 대주주이지요. 내년에 상장할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알츠하이머 질환 모델의 복제견을 만들기 위해 난자를 채취하는 수술 과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전원지역에 있는 한가한 건물이었지만 연구시설은 꽤나 첨단이었습니다. 수술실이 있었고, 핵이식을 조작하는 장치, 세포 냉동보관실 등은 황 박사가 교수 재직 시절에 방문했던 서울대 황우석 실험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이런 규모는 개인 연구소라는 인식을 불식시킬 정도는 됐습니다. 실험 연구인력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습니다. 박사급 7명을 비롯해 모두 40여명의 인력이 있으며, 소수이기는 하지만 수의학 이외에도 분자생물학, 의학 분야의 전공자도 있다고 현 교수가 소개했습니다. 황 박사는 “논문조작에 대해 연구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그 죗값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반드시 재현해 보이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는데, 이런 말이 하나의 신념이 되다시피 해서, 이 연구소에는 수의학 전공자 이외에도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언제라도 다시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군요. 이런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 논문 조작 사건은 황 전 교수 연구팀에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없다보니 터진 것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능력을 자력으로 갖추려고 노력 중인 거죠.”
 

  <요즘 황 박사 어떻습니까?>
 =국민의 기대가 컸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시죠. 그래서 보답할 길은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꼭 성공하는 것이 죄값을 치르는 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지난 4년 동안은…박사과정을 다시 한다는 마음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계십니다. 서울대에서 당시에 20명 가량의 학생들이 따라 나왔는데, 사실 진실은 누구보다 제자들이 잘 알고 잇습니다. 제자들도 참담한 심정이었고 억울한 심정이었는데, 황 교수는 “주변 상황을 탓하지 말고 소명감을 갖고 하면 언젠가 모두가 진실성을 알게 되지 않겠느냐”며 독려하셨지요.
 

 황 박사 연구팀의 원천기술을 입증해주는 1번 줄기세포(NT-1)은 이곳에 액체질소 속에 냉동보관돼 있습니다. 여전히 논란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문제의 세포주입니다. 황 박사 쪽은 핵이식에 의해 만들어진 배아 줄기세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난자가 어떤 자극에 의해 분화해서 생긴 처녀생식 줄기세포일 가능성도 있다고 발표해 맞서고 있는 중입니다. 재판에서도 1번 줄기세포의 정체는 기소사항과는 관련이 없었지만 황 박사 연구팀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물건으로서 핵심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정말 이 줄기세포의 정체가 계속 쟁점이 된다면 제3의 기관이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액체질소에 냉동 보관중이지요. 4년 정도 됐는데 대략 10년까지는 괜찮을 거라 합니다.
 =완전한 제3자가 검증해보아야 합니다. 황 교수는 “확실한 결론을 내려주면 좋겠다. 처녀생식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연구결과가 될터이지만 객관적으로 확인이 안되었으니 과학적으로 이해되는 결과를 얻고 난 뒤에 다음 단계의 연구로 나아갔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요.


 잠깐 오전 중에 암컷 개의 난자를 채취하는 시술을 지켜봤습니다. 고요한 전원마을에서 벌어지는 이런 시술이 매우 이색적으로 느껴졌지만, 개의 체취에서 비롯하는 냄새가 수술실의 묘한 장면과 겹쳐 견디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들인 진땀을 흘리면서 난자를 채취했지만 10여분 뒤에 들려오는 얘기로는 “오늘은 난자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저야 즐겨할 장면은 아니었지만, 연구자들의 진지한 모습의 결과가 허탕이었다니 괜히 안타까움이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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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연구소 주변에 마련된 숙소의 식당이었습니다. 가정식이 꽤 먹을만했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연구원들은 밝은 표정이었고, 복제된 어린 개들과 뛰어노는 모습이 너무도 한가롭고 평화롭게 보여 부럽기도 했습니다. 연구원들과 직접 얘기를 나눌 여유는 없었지만, 그들의 눈에는 성실함이 엿보였습니다. 복제된 개를 사육하는 20대 중반 정도의 여자 연구원은 무척이나 티 없이 맑아보였습니다. 다는 모르겠지만 잠깐 머무는 동안에 느껴진 것은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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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교수와 2시간 넘게 얘기를 나눴습니다. 황 박사의 한마디가 언론매체에서는 열마디가 되어 실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열마디를 해도 한마디가 실릴까 말까 하는 상황입니다. 여론의 관심은 황 박사 연구팀에서 멀어져버렸습니다. 그래서 황 박사 쪽은 하고싶은 얘기가 너무도 많아 보였습니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논문 조작에 이르게 된 과정에 대한 얘기, 미즈메디 연구팀과 서울대 연구팀의 업무분장 관계, 그리고 법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증언 사실들, 등등. 기나긴 사연이 짧은 얘기들 속에 오고갔습니다. 수암연구소의 플랜도 들었고, 비영리 연구소가 영리활동을 하는 데 필요해 설립된 바이오기업 에이치바이온(대표 황우석)의 비전도 들었습니다.
 

 <연구분야 얘기를 좀 하지요. 아까 황 교수는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죄값을 받는 길은 환자맞춤형 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를 재현하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줄기세포 분야에도 여러 신기술들이 생겨났고, 특히 역분화줄기세포라고 불리는 iPS는 난자나 배아 파괴 없이도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줄기세포를 얻어낼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지요. 이 때문에 체제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은 예전에 유일한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여러 개 중의 하나일 뿐인데요. 그런데도 여기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왜일까요?>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여전히 골든 스탠더드를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로 인식하고 있지요. iPS는 종양 발생의 위험성도 지니고 있고. 역분화 줄기세포가 나와도 난치병 치료에는 배아줄기세포가 필요하다고 보는 게 전반적 견해이지요.
 
 <전반적 견해라 하셨는데, 네이처나 여러 다른 전문매체에서는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iPS는 아직 기초연구 수준에서 기능성 세포 분화를 연구하는 단계입니다. 기전 연구 하는 데 밑바탕이 되는 분야이지요.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와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과학 분야는 서로 유기적이니까요.
 
 
<결국 “one of them”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 분야 중의 하나로 해석해야 겠지요. 하지만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막을 내렸다고는 결코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아까 돼지 수준에서 줄기세포 배양 관리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하셨지요. 어떻게 진행 중입니까?>
 =복제 배아 배반포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배양해 줄기세포주를 확립하는 기술을 돼지 동물단계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미 줄기세포를 확립하였지요. 미즈메디의 줄기세포 배양 기술을 믿다가 사기를 당했는데, 이렇게 황 교수 팀 안에 줄기세포 배양 기술을 확보해두어야 앞으로 사기 당할 염려가 없을 테니까요.
 
 <사람과 동물은 다르잖습니까?>
 =물론 사람과 동물은 다르지요. 다만 인간 배아줄기세포에 적용되는 프로토콜로 돼지에 적용해 수행하고 있습니다.

 <수의대 연구자들으로 충분할까요?> 
 =인간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공동연구팀을 구성해두었습니다. 서울대 교수, 가천의대 교수 등등 14명 대학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지요. 또 수암연구소에는 수의학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분자생물학자가 합류해 있고, 뉴욕 의대에 있던 박사도 합류한 상태입니다.
 

 오후 3시께 한적한 수암연구소를 나오면서 드는 생각은, 수암연구소가 꽤나 규모와 시설, 역량을 갖춘 기업연구소라는 인상이었습니다. 흔히 "경기 모처에 있는" 식으로 현실의 연구현장 밖에 있는 것처럼 그려지는 게 아니라 수암연구소라고 번듯하게 이름을 내걸어도 될만한 역량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의 개인적 취향으로 말할 때에 동물복제는 끔찍한 생명공학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현실과학을 취재하는 과학기자로 볼 때에는 이곳에서 이뤄지는 동물복제가 가능한 연구사업의 한 방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나 질환모델 실험동물로서 복제개와 복제돼지를 만들겠다는 로드맵은 실현 가능한 얘기처럼 들렸고, 복제 능력을 갖춘 전문연구소로서 품을만한 비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여, 비전문가인 제가 주제넘게 "복제를 하려면 애완용 동물 복제보다는 질환모델 동물을 개발하는 게 인류공영이라는 과학연구의 공익적 목적에도 부합할 것 같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거기에는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자들이 있었고, 새벽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26일 1심 선고가 나왔습니다.
 선고 결과는 황 박사 쪽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식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다소 모호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연구실적을 과장해 연구부를 가로챘다는 사기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논문 조작의 "미필적 고의" "묵인" "허위 게재" 등을 조목조목 따져 묻는 장문의 판결문은 "논문 조작 주도자"라는 벗어싶은 이미지를 다시 또 씌운 것이었습니다. 게대가 횡령 혐의가 유죄를 받았으며, 생명윤리법 위반 혐의도 선고유예이기는 하지만 유죄를 받았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이나 실망도 컸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시 용인의 연구소가 잠시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구촌을 놀라게 했던 그 사건의 명예회복이 법정에서 회복되는 일이 쉽겠는가? 치명적 신뢰 추락을 복원하고싶다는 마음은 인지상정이겠지만, 그런 신뢰 복원의 자연법칙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을 것이지 않겠는가?
 신뢰? 그렇습니다.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까,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조그만 발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 머나먼 성취의 길로 나아가고자 할 때에만, 신뢰는 그 한걸음 한걸음으로 조금씩 쌓여 나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과학계에서 먼저 잃어버린 신뢰를, 과학계에서 먼저 회복하려고 노력하지 않고서는 법정, 사회, 정치, 경제 영역에서 그런 신뢰를 회복할 길은 멀다 하겠습니다. 또는 연구기업으로서 성과 실을 다해나간다면 잃어버린 신뢰에는 못하겠지만 새로운 신뢰를 다시 쌓아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봅니다. 연구윤리로 무너진 신뢰이기에 연구윤리를 애써 실천하려는 모습으로 이런 신뢰를 쌓아야 하겠습니다.
 
 수암연구원에서 눈인사를 잠시 나눴던 유능한 여러 젊은 연구자 분들이 뛰어난 연구성과와 더불어 새로운 신뢰를 하나둘 쌓아나가는 연구자로 성장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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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 2009/11/02 11:46 | 줄기세포의 진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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